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이후 유기동물 수는 줄었을까?
대한민국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를 전면 시행했다. 제도의 목적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 보호하고, 동시에 무책임한 유기와 방치를 줄이는 데 있다. 보호자가 등록을 하면 동물의 소유권이 명확히 기록되고, 실종·유기 발생 시 신속히 원래 주인에게 반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실제로 유기동물이 줄어들었는가?”라는 질문이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등록제 시행 이후 유기동물 수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통계와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남은 과제까지 심층적으로 다뤄본다.
반려동물 등록제 도입의 배경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럽과 북미에서 먼저 시행되었으며, 우리나라는 2013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4년 의무화됐다. 당시 해마다 전국에서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했고, 보호소의 과밀과 관리 비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등록제를 통해 반려동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소유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고, 유기 방지를 위한 책임 의식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등록률이 높아지면 정부가 반려동물 정책을 수립할 때도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반려동물 등록제도 시행 이후 통계적 변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발표 자료에 따르면, 등록제가 본격 시행된 직후 몇 년 동안 등록 건수는 꾸준히 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감소세를 보였다. 예컨대 2014~2016년 사이 서울시와 경기 일부 지역은 등록률이 높아지면서 유기견 반환율도 증가했다. 칩을 통해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단기간 보호 후 재회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유기동물 수는 급격히 줄지 않았다. 2014년 이후에도 매년 10만 건 안팎의 유기·유실 동물 접수가 꾸준히 보고되었으며, 2020년대에 들어서도 큰 폭의 감소세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즉, 등록제가 실종된 반려동물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전체 유기 발생 자체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
비록 통계상의 급격한 감소는 없었지만, 등록제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 신속한 반환 가능: 등록된 칩을 스캔하면 바로 보호자 연락처가 확인되어, 반려동물과 주인이 빠르게 재회할 수 있다. 이는 보호소의 과밀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 소유권 분쟁 예방: 과거에는 동일한 동물을 두고 소유권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등록제는 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분쟁을 줄였다.
- 책임 의식 고취: 등록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절차를 거치면서, 보호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정책 기반 마련: 정부는 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방접종, 중성화 지원사업 등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반려동물 등록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 수가 뚜렷하게 줄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낮은 등록률
등록제가 의무화되었지만 실제 등록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농촌 지역과 다견 가정에서 등록을 회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여전히 많은 반려동물이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다. - 단속 및 관리의 한계
법적으로는 미등록 시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단속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 경제적 부담
내장형 칩 등록 비용(약 2~5만 원)은 일부 저소득층 보호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사업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 반려동물 문화 인식 부족
등록만 한다고 해서 보호자의 태도가 곧바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충동적 입양과 무책임한 파양이 발생하며, 이는 유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반려동물 등록 해외 사례와 비교
해외 주요 국가들은 등록제와 함께 강력한 관리 시스템을 병행한다.
- 독일은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지방세를 납부해야 하고, 세금이 보호자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등록 내역을 갱신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 영국은 모든 개에게 마이크로칩을 의무화하고, 보호자 변경이나 주소 이전 시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갱신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가 뒤따른다.
- 일본 역시 등록과 동시에 광견병 예방접종이 연계되어 있어, 단순 등록을 넘어 건강관리까지 함께 이루어진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등록제는 도입했지만 갱신·관리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따라서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해외처럼 강력한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 등록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동물보호소 관계자들은 “등록된 동물은 보호자와 빠르게 재회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등록 개체가 여전히 대다수라 보호소의 부담은 줄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보호자들 역시 “등록 절차가 번거롭다”거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이미 등록을 마친 보호자들은 “실종 시 안심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는 결국 제도의 틀만이 아니라 실제 참여율과 문화적 인식 변화가 함께 따라야 함을 보여준다.
반려동물 등록 향후 과제와 개선 방향
유기동물 수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 등록을 넘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등록 갱신 제도 강화: 주소·연락처 변경 시 자동 알림을 보내고, 정기적으로 정보 갱신을 확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 지원 제도 확대: 저소득층이나 유기동물 입양자에게 등록 비용을 전액 지원해 등록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 교육과 캠페인: 등록의 의미를 단순 행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로 인식시키는 홍보가 필요하다.
- 강력한 단속 병행: 미등록 동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
등록제 시행 이후 유기동물 수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신속한 재회를 가능하게 했고, 책임 의식을 높였으며, 국가 정책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했다. 하지만 낮은 등록률, 관리의 한계, 문화적 인식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교육이 병행될 때 등록제는 비로소 유기동물 감소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등록 의무화를 넘어, 등록 관리와 갱신, 교육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등록제가 본래 지향하는 목적, 즉 유기동물 없는 사회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